← 천하제일검의 시종10화 EN繁中

10화

깨진 찻잔

새벽 바위터 시중을 든 지 열흘째 되던 날, 소한은 주인의 칠식에서 어긋나는 그 한 가닥이 날마다 조금씩 굵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 보던 날에는 실오라기 같던 것이 닷새째에는 노끈만 해졌고, 열흘째에는 단전의 온기가 그 자리에 이를 때마다 바늘에 찔린 듯 움찔할 만큼 또렷해져 있었다. 주인의 얼굴은 여전히 평온하였고, 수련을 마치고 산을 내려가시는 걸음도 여전히 곧았다. 기가 거꾸로 흐르는 버릇이 아픔보다 먼저 몸에 배고 있었으니, 아픔이 찾아왔을 때는 이미 늦은 뒤일 것이었다.

밤마다 소한은 바위 아래 구석에서 그 어긋남을 되짚었다. 칠식은 앞으로 뻗던 검이 한순간 멈추었다가 반대로 휘감겨 돌아오는 수였다. 검이 멈추는 그 한순간에 단전의 기운도 함께 멈추었다가 방향을 바꾸어야 하는데, 주인의 기운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꺾였다. 흐르던 물을 막지 않은 채 물길만 돌리니, 돌아서지 못한 물살 한 가닥이 엉뚱한 데로 스며드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것을 주인께 아뢸 수는 없었다. 하인이 주인의 검을 두고 기운이 어떻고 물살이 어떻다 말하는 순간, 왜 그런 것을 아느냐는 물음이 돌아올 것이고, 그 물음에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꿈에서 보았다고 하면 미친 하인이 될 것이고, 밤마다 몰래 배웠다고 하면 쫓겨나는 하인이 될 것이었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었으니, 적어도 그 버릇이 몸에 굳어 버리기 전까지는 주인이 칠식을 펼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열하루째 새벽, 소한은 평소보다 일찍 바위터에 올랐다. 찻주전자와 찻잔 두 개와 수건을 쟁반에 받쳐 들고서였다. 찻잔 하나는 늘 쓰던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어제 저녁 부엌 찬장 맨 아래에서 꺼낸 것이었다. 가장자리에 금이 가서 장씨 아주머니가 버리려고 따로 빼 둔 잔이었다.

바위 위의 솔잎을 쓸고 바위 아래 구석에 서면서, 쟁반은 평소보다 반 자쯤 바위 쪽으로 붙여 모서리 가까이에 내려놓았다.

주인이 올라와 검결을 읊고 일식을 펼치자, 소한은 단전의 온기를 붙든 채 이식과 삼식과 사식과 오식을 지나는 주인의 숨을 따라갔다. 숨은 고르게 흘렀고 검은 물처럼 흘렀으며, 육식이 끝나 갈 무렵 주인의 왼발이 반 보 뒤로 물러나며 검끝이 낮게 가라앉았으니 그것이 칠식의 기수였다.

검이 뻗기 전, 기운이 꺾이기 전인 바로 지금이어야 했다. 수를 펼치는 중간에 끊으면 오히려 위험하였다. 흐르던 기운이 갈 곳을 잃고 흩어지면 그것이 곧 주화입마의 문턱이었다. 끊으려면 기운이 아직 고요할 때, 다음 수를 위해 숨을 고르는 그 사이여야 했으니, 육식과 칠식 사이에 놓인 반 호흡의 틈이 그것이었다.

소한은 쟁반을 집어 들려다 일부러 손을 미끄러뜨렸다. 쟁반이 바위 모서리에 부딪히자 금 간 찻잔이 튀어 올라 바위 위로 떨어졌고,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세 조각으로 갈라졌다. 찻주전자가 쓰러지며 찻물이 바위를 타고 흘렀다. 새벽 산의 고요 속에서 그 소리는 생각보다 컸다.

주인의 검이 허공에서 멈추었다. 뻗지도 꺾이지도 않은 채 칠식의 기수에서 그대로 굳어 있는 동안, 주인의 숨이 한 번 깊게 들어갔다가, 천천히 나왔다. 기운이 단전으로 가라앉는 것이 소한의 아랫배에 희미하게 전해졌다. 어긋남은 없었으니, 물이 돌아서기 전에 물길이 닫힌 것이었다.

소한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이마를 흙바닥에 댄 채, 미리 준비해 둔 말을 입 밖으로 밀어냈다.

"쇤네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손이 미끄러져……."

대답은 없었고, 소한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주인은 화가 나면 오히려 조용해지는 분이었으니, 지금 바위터를 덮은 고요가 바로 그 조용함이었다.

한참 뒤, 주인이 검을 칼집에 넣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라 부르기도 민망한, 비단이 비단을 스치는 기척이었다.

"한아."

"예, 주인님."

"수련 중에는 소리를 내지 말라고, 왕 집사가 일러 주지 않더냐."

"일러 주셨습니다."

"그런데."

"……송구합니다."

주인은 더 말하지 않고 바위에서 내려와 소한 앞을 지나쳐 산길로 걸음을 옮겼으니, 그날 수련은 육식에서 끝이 났다. 소한은 주인의 발소리가 솔숲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이마를 땅에 댄 채 움직이지 않았다.

발소리가 솔숲 너머로 아주 사라진 뒤에야 고개를 들어 보니, 바위 위에는 찻잔 조각 세 개가 찻물에 젖어 흩어져 있었다. 소한은 조각을 하나씩 주워 수건에 싸다가 날카로운 모서리에 손끝을 베였고, 맺힌 피 한 방울을 바지에 문질러 닦고, 바위 위의 찻물을 소매로 훔쳤다. 수건에 싼 조각들은 산을 내려오는 길에 솔숲 깊숙한 곳을 골라 흙 속에 묻었다.


그날 오후 왕 노인이 소한을 불렀는데, 노인은 행랑채 마루에 앉아 지팡이를 무릎에 가로놓고 있었고 소한은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주인님께서 별말씀은 없으시더구나."

"……."

"별말씀이 없으시다는 게 무슨 뜻인지는 너도 알 게다."

"압니다."

노인은 한참 소한을 내려다보다가 지팡이 끝으로 마루를 한 번 툭 치고는, 장씨 아주머니에게서 들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찻잔 깨진 거 말이다. 장씨가 그러는데, 어제 찬장 밑에 빼 둔 금 간 잔이 하나 없어졌다더구나."

소한의 숨이 멈추었으나 노인은 그 이상 말하지 않고,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 마루 끝으로 걸어가다가, 등을 돌린 채 한마디를 던졌다.

"성한 잔은 비싸다. 깰 거면 금 간 걸로 깨라. 그건 잘했다."

노인의 지팡이 소리가 행랑채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소한은 마루 앞에 무릎을 꿇은 채로 한참을 있었다. 꾸짖은 것인지 칭찬한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노인이 무엇을 덮어 주었는지만은 바위터 구석의 메워진 흙처럼 분명하였다.

그날 밤 소한은 바위터에 오르지 않고 행랑채 툇마루에 앉아 오래 생각하였다. 찻잔을 한 번 깨면 실수로 넘어가겠으나 두 번이면 의심을 살 것이고, 세 번이면 짐을 싸야 할 것이었다. 하인의 실수로 주인의 검을 막는 데에는 날수가 정해져 있었다. 그 날수 안에 주인께서 스스로 칠식의 어긋남을 깨닫게 하지 못하면, 두 해 뒤 여름 바위 위에서 피를 토하시는 일은 그대로 일어날 것이었다. 하인이 주인께 검을 가르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주인께서 스스로 읽으실 무언가를 주인의 눈길이 닿는 곳에 놓아두는 일이라면, 하인의 손으로도 할 수 있을지 몰랐다. 소한은 주인의 서재 서가에 꽂힌 오래된 책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다가, 새벽닭이 울 무렵에야 자리에 누웠다.


이튿날 새벽, 소한은 찻잔 하나만 얹은 쟁반을 들고 다시 바위터에 올라, 그것을 바위에서 멀찍이 떨어진 자리, 주인이 손짓으로 정해 준 자리에 내려놓았다.

주인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바위에 서서 검결을 읊고 일식부터 다시 시작하였고, 이식에서 육식까지 어제와 다름없이 흘러간 끝에 왼발이 반 보 뒤로 물러나며 검끝이 낮게 가라앉았다.

소한은 쟁반을 내려다보았으나 깰 찻잔은 하나뿐이었고, 바위까지는 너무 멀었다. 주인은 어제 망친 수련을 오늘 마저 하실 작정이었다.

칠식이 펼쳐지며 검이 앞으로 뻗었다가 멈추고, 반대로 휘감겨 돌아왔다. 그 꺾임의 자리에서 물살 한 가닥이 엇나가 스며드는 것이, 열하루 전보다 굵게 소한의 단전을 찔렀다.

소한은 손바닥이 아플 만큼 찻주전자의 손잡이를 꽉 쥐고서, 내일은 무엇을 깨야 하는가를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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