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곱 번째 약혼자는 죽지 않는다9화 EN繁中

9화

근무표

하녀장 마르타의 방은 반지하 세탁실 맞은편, 하인들의 식당 옆에 붙어 있었는데, 문을 열면 풀 먹인 앞치마 냄새와 밀랍 냄새가 먼저 코에 닿았다. 쉰 살의 마르타는 회색 머리를 한 올도 흐트러짐 없이 틀어 올렸고, 의자에 앉을 때조차 등을 등받이에 대지 않았다. 이 저택의 하녀 스무 명이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나 밤에 몇 시에 눕는지, 그 사이에 어느 방을 쓸고 어느 은그릇을 닦는지가 모두 이 방에서 정해졌다.

시온 아르덴은 그 방의 좁은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공작 각하의 허락을 받아 왔다는 말에 마르타는 아무 표정 없이 고개를 한 번 끄덕였을 뿐이었다. 그러고는 벽장에서 두꺼운 장부 한 권을 꺼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이 년 전의 근무표였다.

"바구니를 꾸린 날을 찾으시는 거지요."

"그렇습니다. 공작부인께서 해롤드 백작가로 보내신 바구니입니다."

마르타가 넘겨 보인 장부는 한 장에 한 주씩, 가로로는 요일이 세로로는 숫자가 적혀 있었고, 칸마다 짧은 기호가 들어차 있었다. 시온은 그 칸들을 들여다보다가 이름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이마를 찌푸렸다.

"하녀들 이름은 적지 않으십니까."

"번호로 적습니다. 이름을 적으면 아이들이 서로 남의 근무를 들여다보고 불평을 하지요. 번호로 적으면 저만 압니다."

마르타의 손가락이 멈춘 곳은 약혼 발표 열흘 뒤의 목요일 칸이었는데, 그 칸에는 다른 칸보다 기호가 많아서 시온은 그것을 한참 읽으려 애썼다. 숫자 몇 개와 화살표, 그리고 귀퉁이에 작게 쓴 '대'라는 글자였다.

"이건 무엇입니까."

"대리 근무입니다. 아이들끼리 근무를 바꾼 날이지요. 누가 아프거나 집에 일이 있거나, 아니면 그냥 쉬고 싶은 날이 겹치면 서로 바꿉니다. 제 허락만 받으면 됩니다."

"자주 있는 일입니까."

"한 주에 두세 번은 됩니다. 젊은 아이들이니까요."

시온은 그 칸의 숫자를 새로 산 작은 수첩에 옮겨 적었는데, 이번에는 수첩을 탁자 위에 펼치지 않고 무릎 위에서 적었다. 마르타가 그것을 보고 아주 잠깐 눈썹을 움직였으나,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이 번호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해 번호표가 있으면요."

마르타는 다시 벽장을 열어 이번에는 오래 뒤졌고, 장부 사이에 끼워 둔 종이 몇 장을 꺼내 넘겨 보다가 이윽고 고개를 저었다.

"번호표는 해마다 봄에 새로 짭니다. 아이들이 들고 나니까요. 이 년 전 것은… 작년 봄에 새로 짜면서 옛것을 버린 모양입니다. 제 실수입니다."

"기억하시는 건 없습니까."

"경, 이 저택에는 하녀가 스무 명이고, 이 년 전에는 스물셋이었습니다. 그중 일곱은 그 뒤로 그만두었고요. 이 년 전 어느 목요일에 누가 누구와 근무를 바꾸었는지까지 기억하는 하녀장이 있다면, 저는 그 사람에게 이 방을 물려주겠습니다."

마르타의 목소리에는 날이 서 있지 않았으니, 그저 사실을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시온은 숫자를 적은 수첩을 덮었다. 숫자는 있었으나 그 숫자가 가리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럼 바구니에 관해 기억하시는 것은요."

번호표를 찾을 때와 달리, 마르타는 그 물음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바구니는 셋을 시켜 꾸렸습니다. 공작부인 시녀 엘사가 목록을 가져왔고, 아이들이 식료품 창고에서 물건을 꺼내 담았지요. 해 질 무렵에 다 꾸렸는데, 마부 한스가 그날 저녁엔 말을 쉬게 해야 한다고 해서 이튿날 아침에 실어 보냈습니다. 그러니 바구니는 그날 밤을 식료품 창고에서 났습니다."

"창고는 잠급니까."

"밤에는 잠급니다. 열쇠는 저와 주방장과 집사님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녀들 가운데 그 주에 아침 당번을 맡은 아이가 하나 더 가지고 있지요. 새벽에 빵 반죽을 꺼내야 하니까요."

"그 주의 아침 당번은 누구였습니까."

마르타가 장부의 그 주를 다시 들여다보았는데, 아침 당번 칸에 적힌 숫자 하나 옆으로 목요일 칸에만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다. 대리 근무였다.

"번호표가 없으니 모르겠습니다, 경."


마르타의 방을 나오면서 시온은 수첩을 다시 펼쳤다. 바구니는 해 질 녘에 꾸려져 하룻밤을 식료품 창고에서 보냈다. 창고 열쇠는 넷, 마르타와 주방장과 집사와 그 주의 아침 당번. 아침 당번은 목요일에 누군가와 근무를 바꾸었고,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는 버려진 번호표와 함께 사라졌다.

그렇다면 그날 밤 그 바구니에 손을 댈 수 있었던 사람은 열쇠를 가진 넷에서 그치지 않았다. 열쇠는 빌릴 수 있었고, 문은 누군가 잠그는 것을 잊을 수 있었으며, 하녀 스물셋 가운데 누구라도 근무를 바꾼 그 칸 하나에 이름을 숨길 수 있었다.

시온은 하인 전용 계단을 오르다가 층계참에서 걸음을 멈추고, 수첩의 공작부인 이름 옆에 그어 두었던 화살표 위에 줄을 두 번 그은 뒤 그 아래에 하녀 스물셋이라고 적었다.


아델라이드 크로웰은 그날 저녁, 서재 창가에 서서 하인 출입구 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기사가 하녀장의 방을 찾아갔다는 이야기는 점심 무렵에 이미 그녀의 귀에 들어와 있었다. 이 저택에서 누군가가 반지하로 내려가면, 그 소식은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데 반 시진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책상으로 돌아가 서랍의 바닥 판을 들어 올렸다. 검은 공책의 첫 장, 첫 번째 줄 아래의 작은 글씨들 사이에서 손가락을 멈추었다. 해롤드가 바구니가 저택을 떠나기 전날 밤의 일이었다.

그날 밤 그녀는 잠을 이루지 못해 늦게까지 서재에 있었다. 약혼이 발표된 지 열흘째였고, 에드윈이 도박 빚을 지고 있다는 소문을 처음 들은 날이기도 했다. 자정이 조금 넘어 물을 마시러 아래층에 내려갔을 때, 식료품 창고 쪽 복도 끝에서 누군가 등잔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는 뒷모습을 보았다. 회색 망토를 걸친 여자였다. 그녀는 그것을 공책에 적어 두었다. 자정 무렵, 식료품 창고 복도, 회색 망토의 여자, 공작부인 처소 방향 계단.

그때는 그것을 엘사라고 여겼다. 공작부인의 시녀들은 회색 망토를 입었고, 그 계단은 공작부인의 처소로 이어졌으니까. 밤늦게 공작부인의 심부름으로 무언가를 가지러 내려온 것이려니 하고, 그녀는 물을 마시고 올라와 잤다.

아델은 그 줄을 오래 바라보았다. 이 년 동안 그 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바구니가 그날 밤을 식료품 창고에서 났다는 것을 오늘 알기 전까지는.

엘사는 그해 가을에 그만뒀어.

그리고 공작부인의 시녀들만 회색 망토를 입는 건 아니야. 이 저택의 겨울 망토는 전부 회색이니까.

그녀는 펜을 들어 그 줄 옆에 작은 글씨로 덧붙였다. 엘사였을 가능성 높음, 단 확인 불가. 회색 망토는 하인 공용.

그리고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었다. 붉은 원 상회, 남부 운하 쪽. 직접 갈 것.

펜을 내려놓았을 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아델은 공책을 서랍에 넣고 바닥 판을 덮었다. 숨 세 번 쉴 동안의 일이었다.

"언니, 나야. 문 좀 열어 봐."

셀린이었다. 이복동생이 그녀의 서재 문을 두드린 것은 몇 달 만의 일이었다. 아델이 문을 열자 셀린은 문턱을 넘지 않은 채 팔짱을 끼고 서서, 내일 의상실에 같이 가자고 했다. 어머니가 언니 드레스도 하나 맞추라고 하셨다고, 자기는 싫은데 어머니 분부라 어쩔 수 없다고.

아델은 무릎을 살짝 굽혀 동생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 앞에서 늘 쓰는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내일은 안 돼. 다른 데 갈 데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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