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사망 장부의 첫 장
해롤드가의 서쪽 길을 따라 루미에르로 돌아오는 두 시간 동안, 시온 아르덴은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뒤에서 회색 암말의 발굽 소리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오고 있었으니 돌아볼 필요가 없었다. 영애는 말을 다루는 솜씨가 좋아서, 고삐를 쥔 손이 가볍고, 말이 지치지 않도록 속도를 고르게 유지하였으며, 길이 패인 곳에서는 시온보다 먼저 말머리를 돌렸다. 사교계의 영애들이 공원에서 타는 승마와는 다른, 혼자서 먼 길을 여러 번 다녀 본 사람의 솜씨였다.
성문 앞에서 두 사람은 말없이 헤어졌으니, 영애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크로웰 저택 쪽으로 말머리를 돌렸고, 시온은 기사단 본부로 향하였다. 품속에는 여물통 찌꺼기를 싼 영애의 손수건이 들어 있었다. 모서리에 작은 장미가 수놓인 흰 손수건이었다.
기사단 본부 지하의 의무실은 늘 약초 냄새와 소독용 술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의무관 벨로는 예순을 넘긴 노인으로, 전쟁터에서 화살촉을 뽑던 손으로 지금은 기사들의 감기약을 지었다. 시온이 손수건을 내밀자, 노인은 돋보기를 끼고 그 안의 마른 풀잎을 핀셋으로 하나씩 집어 올렸다.
"말 여물통이라고 했나."
"이 년 넘게 묵은 것입니다."
"그만큼 묵은 것치고는 잎맥이 선명하군."
노인이 풀잎 하나를 유리 접시에 올려 물을 한 방울 떨어뜨리자 잎맥에서 붉은 기운이 물에 번졌고, 노인은 그 빛깔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코를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았다.
"광기풀이야."
"광기풀이요?"
"남부 습지에서 나는 풀이지. 말 상인들 사이에선 다른 이름으로 불러. 경주 전에 말한테 먹이면 다리가 미친 듯이 빨라지거든. 대신 반 시진쯤 지나면 눈이 뒤집히고 기수를 떨어뜨리지. 그래서 경마장에선 금지야. 걸리면 말은 도살이고 마주는 감옥이고."
시온은 수첩을 꺼내 그 이름을 받아 적었다. 광기풀, 남부 습지, 말 흥분제, 반 시진 뒤 발광.
"이걸 여물에 섞으면 말이 어떻게 됩니까."
"양에 따라 다르지. 조금이면 사흘쯤 신경이 곤두서서 낯선 사람만 봐도 귀를 젖히고. 많이 먹으면 그날로 날뛰고."
영애가 마지막으로 마구간에 갔을 때 말이 처음으로 귀를 뒤로 젖혔다고 했고, 그로부터 사흘 뒤에 백작이 낙마했다. 시온은 수첩의 그 줄 아래에 사흘이라는 숫자를 적고 동그라미를 쳤다.
"이걸 구하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남부 습지에 직접 가거나, 남부 말 상인한테 웃돈을 주거나. 아니면 약초를 좀 아는 사람이 습지 가장자리에서 직접 캐거나. 흔한 풀은 아니야. 그렇다고 귀한 풀도 아니고."
노인은 돋보기를 벗고 손수건을 접어 시온에게 돌려주며 모서리의 장미 수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이걸 모은 사람은 누군가?"
"…약혼녀입니다."
노인의 하얀 눈썹이 천천히 올라갔으나, 시온은 그 이상 설명하지 않고 의무실을 나왔다.
아델라이드 크로웰은 그날 밤 서재의 문을 잠그고 책상 맨 아래 서랍의 바닥 판을 들어 올린 뒤, 검은 가죽 공책을 꺼내 첫 장의 첫 번째 줄을 펼쳤다. 에드윈 해롤드 백작, 낙마, 말이 이유 없이 날뜀.
그 줄 아래에는 장례식 날의 날씨와 조문객 명단과 에드윈의 노모가 그녀를 보던 눈빛까지, 지난 이 년 남짓 동안 그녀가 조금씩 덧붙인 작은 글씨들이 빼곡하였고, 그 뒤로 그녀가 그 마구간에 다녀간 날의 기록이 따로 한 단락 적혀 있었다.
그녀에게는 무엇이든 적어 두는 버릇이 있었는데, 생모가 세상을 떠난 뒤 생긴 버릇이었다. 어린 날의 그녀는 어머니의 얼굴이 하루하루 흐려지는 것이 무서워서, 기억나는 것을 전부 공책에 적었다. 그 버릇은 어머니의 얼굴 대신 다른 것들을 적는 데로 옮겨 갔고, 여섯 번의 장례식을 거치는 동안 공책의 쓰임은 하나로 좁혀졌다.
해롤드가 마구간 방문, 약혼 후 한 달째, 날씨 맑음에 서풍, 남색 승마복과 회색 장갑과 진주 귀걸이, 향수는 라벤더, 마차 대신 회색 암말, 동행 없이 혼자. 에드윈과 마구간지기 노인 동석, 흑마 에보니가 처음으로 귀를 젖힘, 귀리 자루 표식이 파란 닻에서 붉은 원으로 바뀌었고 에드윈 말로는 '더 좋은 귀리'. 오후 늦게 귀가했고, 저녁에 공작부인이 서재 앞을 지나며 '해롤드가 노모께 인사는 잘 드렸느냐'고 물음.
아델은 그 단락을 세 번 읽고 나서 마지막 줄에서 손가락을 멈추었다.
공작부인이 그날 내가 해롤드가에 간 걸 어떻게 알았지.
그날 그녀는 아침 일찍 혼자 말을 타고 나갔고, 누구에게도 행선지를 말하지 않았다. 마구간 당번에게 말 한 필을 내어 달라고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저녁에 계모는 해롤드가의 노모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는 계모가 저택 마구간 당번에게서 들었으려니 하고 넘겼다.
마구간 당번은 내가 어디로 가는지 몰랐어. 해롤드가라고 말한 적이 없으니까.
아델은 펜촉을 잉크병에 적셔 그 단락 아래에 새로 한 줄을 적었다. 공작부인은 내 행선지를 미리 알고 있었다, 누구에게서?
그 아래에 마구간지기 노인의 말을 옮겨 적었다. 새 귀리는 남부 상인이 견본이라고 놓고 갔거나 크로웰 댁에서 보냈으나, 노인은 확실히 기억하지 못함.
두 줄을 나란히 놓고 보니, 그 사이로 하나의 선이 이어졌다. 계모는 그녀의 약혼을 반기지 않았으니, 셀린의 혼사를 위해 의붓딸이 하루빨리 시집가기를 바랐으나, 동시에 공작가의 지참금이 다른 집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까워하였다. 약혼자가 죽으면 지참금은 집에 남고, 의붓딸은 '사신 영애'라는 이름을 얻는다. 어느 쪽으로 보아도 계모에게 손해 볼 것은 없었다.
너무 깔끔해.
아델은 펜을 내려놓고 저녁에 내려온 찻잔의 테두리를 손가락으로 한 바퀴 돌렸는데, 차는 이미 식어 있었다.
깔끔하게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는 대개 누군가 그렇게 맞춰 놓은 이야기였다. 사교계의 소문이 그랬고, 여섯 번의 장례식 때마다 경비대가 내린 결론이 그랬다. 계모가 그녀를 싫어한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었으나, 싫어하는 것과 말 여물에 독초를 섞는 것 사이에는 꽤 먼 거리가 있었다. 그 거리를 계모가 걸어갔는지, 아니면 누군가가 계모의 등을 그쪽으로 떠밀어 보이게 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 거리를 재는 데 필요한 것이, 지금 그녀의 손에는 없었다. 손수건은 이미 기사에게 넘어갔고, 여물통 찌꺼기 속의 풀이 무엇인지 알려면 약초를 아는 사람이 있어야 했다. 노아였다면 한눈에 알아보았을 것이나, 노아는 이제 없었다.
아델은 노아가 빌려주기로 했던 『북부 약초 도감』을 책장에서 꺼내 목차를 손가락으로 훑어 내려갔으나, 북부의 약초만 실린 책이라 남부 습지의 풀은 없었다.
그 기사는 지금쯤 알고 있겠지. 기사단에는 의무관이 있으니까.
그녀는 책을 덮고 공책의 첫 장으로 돌아갔다. 첫 번째 줄 끝에 작은 글씨로 한 줄을 더 보탰다.
손수건이 아르덴 경에게 넘어갔으니 회수 방법을 고민할 것.
그 문장을 써 놓고 보니 조금 우스웠으니, 수놓은 손수건을 돌려받는 방법을 고민하는 영애라니. 사교계의 영애들이라면 그걸 핑계로 기사에게 편지를 쓸 것이었다. 아델은 그 생각을 하다가, 정말로 그것이 가장 그럴듯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고 펜을 멈추었다.
늦은 시각에 창밖에서 마차 바퀴 소리가 들려오자, 아델은 공책을 서랍 바닥에 넣고 바닥 판을 덮은 뒤 창가로 갔다. 커튼 틈으로 내려다보니 공작가 문장이 박힌 마차가 현관 앞에 서 있었고, 랑베르 후작부인의 살롱에 간다던 공작부인이 혼자 내리고 있었다. 셀린은 함께 내리지 않았다.
계모는 마차에서 내리며 시종에게 작은 꾸러미 하나를 건넸고, 시종은 그것을 받아 들고 하인 출입구 쪽으로 사라졌다.
아델은 커튼을 닫고 책상으로 돌아가, 서랍의 바닥 판을 다시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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